메테오라 VS 델피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고. 루트를 정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다.
준비 자체가 행복한 시간인 것이다.

그런 행복한 고민동안 무엇인가를 결정하면
반대로 선택을 위해 포기해야 할 장소도 결정된다.
행복속의 작은 고통의 시간.

메테오라와 델피 두 군데 다 가고 싶었지만 한 군데는 포기해야 할 일정.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고민이 저절로 해결될 수도 있다.
여행에서는 언제라도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는 것도 여행의 매력중 하나.

아. 여행은 왜 이렇게도 매력이 넘치는 걸까..

목적지를 메테오라로 결정하기 까지의 고민의 시간이 무색하게도
메테오라행 기차를 타기 위해 아침일찍 숙소를 나서자 마자
들려오는 그리스 전역의 철도파업 소식.

그래서 지하철도 운행되지 않아서. 아침부터 사람들이 택시를 잡느라 난리였나보다.

결국 델피행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매표소 유리문에 델피행 버스의 요금과 시간표를 한글로 써서 붙여주신
<최강한국만세♡>님께 감사드린다.

델피 행 버스 맨 앞좌석.
델피로 가는 길은 좁은 길이었지만 주위 풍경과 집들이 이뻐서
지겨울 새 없이 금새 도착할 수 있었다.

델피는 아테네와는 달리
씨에스타가 지켜지고 있었다.

오후의 낮잠이라. 얼마나 달콤할까.
씨에스타라는 단어의 어감도 좋다.
이 날 이후. 웹상에서 내 닉네임이 씨에스타가 되었다 ^^

델피에 도착했을 때는 한창 씨에스타 시간이라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
그래서인지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골목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델피 유적지도  꽤나 높은 곳에 있었다.
이런 난간에 서서 바람을 맞고 있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봐 같이가자구~~


델피 유적지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파손되었다.
어느 한쪽은 그저 바닥에 흩어져 있는 돌덩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정도로.

다른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이렇게 세월의 흔적이 뭍어나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원형이 잘 보존되어서 그 당시의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보수작업이 끝나면 어떤 모습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인위적인 얼룩무늬의 기둥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군대용 얼룩무늬가 떠오르는게 ....

온갖 기둥과. 원형극장들..
지중해를 여행하면서 너무 많은 유적에 나중엔 아무런 감흥도 생기지 않았지만.

델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쁜 집들. 조용한 골목만으로도
델피는 충분히 멋진 곳이었다.

하지만
자꾸 메테오라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절벽위의 수도원.

무척이나 보고싶었는데 ..